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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엄마가 78세가 될 때까지 '약을 오래 먹으면 더 아파진다'는 말을 흘려들었습니다. 40대 후반부터 고혈압약 한 알로 시작하신 엄마가 지금은 아침마다 한 줌의 약을 드시는 걸 보면서야, 그 말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 걸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노화인지 질병인지, 약이 답인지 아닌지 — 이 경계선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약 부작용, 오래 먹을수록 쌓인다
엄마는 외가 쪽이 혈압과 당뇨 가족력이 있어서 비교적 일찍, 40대 후반에 고혈압약을 처방받으셨습니다. 그때는 그냥 한 알이었습니다. 그게 38년이 지난 지금, 고혈압약, 당뇨약, 단백뇨 관련 약, 신장약, 뇌경색 예방약까지 — 아침 식탁 위에 약봉지가 서너 개 놓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약이 필요해서 추가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찬찬히 따져보니, 상당수가 앞선 약의 부작용을 잡기 위해 추가된 약이었습니다. 소염진통제(NSAIDs)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NSAIDs란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말하는데, 장기 복용 시 위장 출혈, 신장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젊은 사람보다 이런 부작용이 훨씬 빠르게, 강하게 나타난다고 류마티스 전문의들은 강조합니다.
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효가 있다면 반드시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건강기능식품 광고처럼 "부작용 없다"고 선전하는 건 애초에 약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엄마 경우를 보면, 약물 의존성(drug dependency) — 즉 몸이나 심리가 특정 약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 — 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약을 하나 줄이려 하면 불안해하시고, 다시 처방해 달라고 병원을 찾으시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흐름이 반드시 불가피한 건 아니라는 걸, 아빠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85세인 아빠도 혈압약과 당뇨약을 드시지만, 젊을 때부터 몸 관리를 꾸준히 하셨습니다. 지금도 밥을 직접 해 드시고, 일도 하시고, 총기도 유지하십니다. 한 알의 약이 반드시 한 줌까지 가는 건 아닌 겁니다. 약을 받아들이되, 그 약이 필요 없어질 만큼 몸을 관리하는 것 — 그 차이가 결국 10년, 20년 후를 갈라놓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NSAIDs 장기 복용 시 위장 출혈·신장 기능 저하 위험 (어르신일수록 발생 빈도 높음)
- 약물 의존성 — 신체적 의존이 아니더라도 심리적 의존이 생길 수 있음
- 부작용 관리용 약이 추가되는 '연쇄 처방' 패턴에 주의 필요
- 운동·식단 관리를 병행하면 약 종류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음
퇴행성 관절염, '방치'가 최선일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Degenerative Arthritis)은 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여기서 퇴행성 관절염이란 나이가 들면서 관절 연골이 닳아 통증과 기능 저하가 생기는 질환으로, 쉽게 말해 오래 쓴 몸의 자연스러운 마모 현상입니다. 현재 이 진행을 확실히 늦추거나 되돌리는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쓸 수 있는 약이라고 해봐야 소염진통제 정도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르신에게 장기 복용은 위험합니다(출처: Arthritis Foundation).
그렇다면 방법이 없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치료가 아니라 관리의 관점으로 바꾸면 꽤 많은 선택지가 생깁니다. 근육 강화 운동, 유연성 운동, 코어 운동은 관절에 가는 부하 자체를 줄여줍니다. 지팡이처럼 단순한 보조기구도 체중 분산에 효과적입니다.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감소증(Sarcopenia) — 즉 근육 질량이 감소하여 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현상 — 이 빠르게 진행되어 오히려 더 악화됩니다.
인간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건 약 700만 년 전이고, 그 이전 3억 2천만 년을 네 발로 진화해왔습니다. 무릎, 허리, 목에 수직 부하가 걸리는 구조는 진화적으로 충분히 최적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인간의 평균 수명이 50세 미만이던 시절에 설계된 몸으로, 지금은 80~90세를 살고 있습니다. 약이 이 간극을 메울 수 없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죽음 준비, 생각보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
엄마가 신장이 나빠지신 이후, 병원에서 음식 제한 목록을 받아오셨습니다. 단백질, 칼륨, 인 — 이것저것 가려야 할 게 많아지면서 밥을 제대로 못 드시게 됐습니다. 자주 누워 계시고, 체하시고, 활동은 하시지만 힘들어하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치료'와 '임종 과정'의 경계가 어디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흔히 "어르신이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건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 이야기입니다. 임종이 가까워져 기력이 약해지면 기도 반사가 떨어지고, 위산이나 소화액이 폐로 흘러들어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 — 즉 이물질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생기는 폐렴 — 이 발생합니다. 폐렴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겁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여러 이상 수치가 나오고, 진단명이 붙고, 치료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진단서에도 '임종'이라는 항목은 없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죽음을 준비하는 데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이게 '포기'가 아니라 '주체적인 선택'이라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자동차를 살 때보다 덜 준비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 생각보다 많이 와닿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혈압약을 오래 먹으면 정말 다른 병이 생기나요?
A. 고혈압약 자체보다는, 혈압·혈당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추가적인 소염진통제 등을 장기 복용할 때 신장·위장·간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 어머니 경우처럼 38년에 걸쳐 약이 추가되는 패턴은, 초기부터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했다면 일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약 자체를 무조건 탓하기보다, 약에만 의존하지 않는 생활 습관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퇴행성 관절염에 좋은 운동이 따로 있나요?
A. 충격이 큰 달리기나 점프보다는 수영, 실내 자전거, 걷기처럼 관절에 부하가 적은 저충격 유산소 운동이 권장됩니다. 여기에 코어 근육 강화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더하면 관절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통증이 심할 때 무조건 쉬는 것보다,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활용해 움직임을 유지하는 편이 근감소증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결론
엄마와 아빠를 나란히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약은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장기적 이득이 명확할 때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을 거부하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약이 전부인 것처럼 의존하는 순간, 그 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따라온다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퇴행성 변화든, 노화의 과정이든 — 치료가 아닌 관리의 언어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죽음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 그게 결국 더 나은 노년의 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 운동 10분,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한 번 검색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