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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당뇨는 단 걸 많이 먹는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0대 들어서 혈압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공복혈당 수치까지 당뇨 전단계로 나왔을 때, 그때서야 뭔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력도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왜 이러나 싶었거든요. 알고 보니 제가 당뇨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살이 찌면 왜 혈당이 오르는 걸까

당뇨의 원인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는 되는데 세포가 그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풀면, 초인종을 눌렀는데 집 안에서 소리가 안 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이 소화되면 최종적으로 포도당(Glucose)이 됩니다. 이 포도당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연료로 쓰여야 하는데, 세포 문을 열어 주는 역할이 바로 인슐린입니다.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는 인슐린 신호가 와야만 문을 열고 포도당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체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이 신호 전달 경로가 방해를 받습니다. 정확히는 인슐린 신호를 세포 안쪽으로 전달하는 경로가 인산화 과정에서 차단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췌장은 "신호가 부족한가 보다" 하고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고, 혈액 안에는 인슐린도 포도당도 동시에 높아지는 상태가 됩니다. 이게 바로 2형 당뇨의 핵심 기전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니, 왜 살이 빠지면 당뇨 수치가 극적으로 내려가는지도 납득이 됐습니다. 지방이 줄면 신호 전달 경로의 방해가 사라지고, 인슐린이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니까요.

요약: 인슐린 저항성은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체지방 증가가 이 신호 경로를 방해해 혈당이 높아진다.

 

가족력이 전부가 아니다, 제 남편이 증거입니다

흔히 당뇨는 가족력이 있으면 걸리고, 없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믿었습니다. 저는 친가와 외가 모두 고혈압과 당뇨 환자가 많고, 사촌 언니·오빠들도 대부분 그 두 가지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어쩔 수 없는 거구나" 하고 반쯤 체념하는 쪽이었죠.

그런데 남편을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남편 쪽 집안은 고혈압도 당뇨도 없다고 하더니, 막상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HbA1c) 6.5가 나온 겁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하는 기준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가족력이 없는데도 이 수치가 나온 겁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남편은 평소 콜라를 물처럼 마시고, 과자는 식사 후 간식으로 꼭 챙겨 먹었습니다. 밥도 백미로만 먹었고요. 가족력이 없어도 식습관이 이러면 췌장 베타세포가 버텨내지 못한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당뇨약 처방을 권유하셨는데, 남편이 6개월만 식습관을 바꿔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콜라와 과자를 끊고, 백미를 현미·보리·파로 등 잡곡 혼합으로 바꿨습니다. 식사량 자체는 원래도 많지 않았으니, 간식만 정리해도 체중에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본 결과입니다.

요약: 가족력이 없어도 고당류·고탄수화물 식습관이 반복되면 당뇨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식습관 교정만으로도 수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인이 서구권보다 당뇨가 많은 이유

단 걸 더 많이 먹는 서구권 사람들보다 한국인의 당뇨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을 훨씬 많이 먹는 나라들이 더 많아야 자연스럽지 않나 싶었거든요.

이유는 췌장 베타세포(Pancreatic Beta Cell)의 용량 차이에 있습니다. 췌장 베타세포란 인슐린을 직접 만들어 분비하는 세포로, 이 세포의 능력치가 사람마다, 민족마다 다릅니다. 수천 년간 탄수화물 위주의 소식(小食) 환경에 적응해 온 아시아인은 베타세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슐린만 만들어도 버틸 수 있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체형도 작아지고, 그에 맞게 근육량도 줄어드는 방향으로 적응한 것이죠.

그런데 1970년대 이후 한국의 식생활이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세 끼 식사에 간식, 야식, 단짠 음식까지 더해지면서 췌장이 감당해야 할 인슐린 분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베타세포 용량이 작은 상태에서 서구권 수준의 식사량을 소화하려다 보니, 췌장이 먼저 지쳐버리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 유병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저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수치가 잘 안 내려가는 게 답답했는데, 이 구조를 알고 나니 결국 식단 조절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게 납득이 됐습니다. 운동만으로는 췌장 베타세포의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요약: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췌장 베타세포 용량이 작아, 서구식 식사량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것이 높은 당뇨 유병률로 이어진다.

 

당뇨약의 종류와 메트포민이 1순위인 이유

당뇨약이라고 하면 다 비슷비슷한 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약의 작용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꽤 놀랐습니다. 약마다 작동하는 원리가 완전히 다르고, 그 원리에 따라 부작용과 장기적인 위험도가 확연히 갈립니다.

당뇨약을 작용 방식으로 나눠 보면 크게 이렇습니다.

  •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 주는 약 (대표: 메트포민) —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살을 빼는 것과 유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근본적인 치료 접근법에 가깝습니다.
  • 췌장을 직접 쥐어짜서 인슐린을 강제로 더 분비시키는 약 (설폰요소제, Sulfonylurea) — 혈당은 빠르게 떨어지지만 저혈당 위험이 높고, 췌장 베타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어 초기 치료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 신장에서 포도당을 소변으로 강제 배출하는 약 (SGLT-2 억제제) — 혈당은 낮아지지만 정작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라, 오히려 근육이 빠지고 무기력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인슐린 주사 — 췌장이 더 이상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최후의 단계에서 사용하는 치료입니다. 여기까지 가지 않도록 초기부터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메트포민(Metformin)이 당뇨 1차 치료제로 오랫동안 쓰여 온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메트포민이란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낮춰 주는 약으로, 체중 감량과 비슷한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저혈당 위험이 낮고 장기 복용 안전성이 비교적 입증된 약입니다. 위장관 불편감이 초기에 있을 수 있지만,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제 경우 혈압약을 복용한 지 2년이 됐는데, 처음 한 알로 시작한 어머니가 지금 78세에 약을 한 줌씩 드시는 걸 보면서 초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일 상기합니다. 당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면 평생 약한 약 하나로 버틸 수 있는 병이지만,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요약: 당뇨약은 작동 원리가 제각각이며,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 주는 메트포민이 1차 치료제로 권장되는 이유는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살을 빼면 당뇨가 진짜 없어지나요?

A. 비만이 원인이 되어 생긴 2형 당뇨의 경우, 체중 감량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해소되면서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모든 당뇨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췌장 베타세포 손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살을 빼는 것 자체는 어느 단계에서든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Q. 가족력이 없으면 당뇨는 안 걸리는 건가요?

A. 가족력이 없어도 당뇨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제 남편이 그 경우입니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없는데도 당화혈색소 6.5가 나왔고, 원인은 오랜 고당류 식습관이었습니다. 가족력은 하나의 위험 요인이지 절대적인 조건이 아닙니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유전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습니다.

 

결론

당뇨가 무서운 건 당뇨 자체가 아니라 합병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기에 잘 관리하면 평생 낮은 단계에서 유지할 수 있는 병이지만, 방치하면 신장, 눈, 혈관, 신경 곳곳을 망가뜨립니다. 저는 어머니가 40대에 혈압약 한 알로 시작해 지금은 약을 한 줌씩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가지 말자"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의 구조를 이해하고, 가족력보다 식습관이 더 강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보였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잡곡으로 바꾸고, 단 음료부터 끊는 것.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혈당 수치가 걱정된다면 먼저 식단 기록부터 시작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m7VeKol9z4

 

 

당뇨(인슐린저항성, 가족력, 식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