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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연간 6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저도 한때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면서 단백질, 밀크시슬, 루테인, 오메가3, 유산균을 한 줌씩 입에 털어 넣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간이 그걸 다 분해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서 아찔합니다. 6조 원 중에서 실제로 제대로 된 효용 가치가 있는 돈이 얼마나 될지, 한 번쯤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제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유

저는 사업을 하면서 루테인 제품을 꽤 열심히 팔았습니다. "눈이 밝아진다"는 홍보 문구를 믿었고, 저도 직접 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루테인의 작용 부위는 눈 앞쪽의 수정체나 조절 근육이 아니라 망막 뒤쪽의 황반(黃斑)이라는 색소 부위입니다. 여기서 황반이란 시신경이 밀집된 망막의 중심부로, 주로 빛과 색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루테인은 황반 변성이 이미 있는 분들의 진행을 늦추는 데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 뿐이고, 정상 시력인 사람이 먹는다고 눈이 더 밝아지거나 노안이 개선되는 효과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당연히 아무 느낌도 없었습니다.

밀크시슬도 마찬가지입니다. 밀크시슬의 핵심 성분은 실리마린(Silymarin)인데, 여기서 실리마린이란 밀크시슬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복합체로 간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입니다. 저도 사업할 때 "술 마시는 분들 간 보호에 좋다"며 적극 권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음주자의 간 보호나 건강상 유익에 대한 임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밀크시슬을 먹었다는 심리 때문에 더 술을 마시게 되는 이른바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 Effect)가 생긴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도덕적 허가 효과란 "좋은 일을 했으니 나쁜 행동도 허용된다"는 무의식적 심리 기제를 말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이 허가를 받는 기준 자체가 의약품과 다릅니다. 처방약은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수십~수백 명 규모의 소규모 연구 결과만으로도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근거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소비자는 그 차이를 잘 모른 채 "효과 있다고 허가받은 제품"이라고 믿고 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 루테인: 황반 변성 환자의 진행 억제에는 근거 있음. 정상인의 시력 개선·노안 예방 효과는 없음
  • 밀크시슬(실리마린): 음주자 간 보호 임상 근거 매우 부족. 오히려 도덕적 허가 효과로 음주량을 늘릴 수 있음
  • 성장 관련 영양제: 키는 유전 80%, 환경 20%로 결정. 먹는 성장 촉진 성분은 실질적 효과 없음
  • 녹차 추출물 다이어트: 소규모 동물·임상 실험 결과를 대규모 인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
  • 비타민D: 실내 생활·자외선 차단 습관으로 결핍 가능성은 있으나, 과용량 섭취 시 독성 부작용 위험
요약: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보다 훨씬 낮은 근거 기준으로 허가받으며, 대부분의 영양제는 "결핍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건강한 사람에게 예방 효과를 주는 물질이 아닙니다.

 

맹신하면 독이 되는 영양제 복용법

제가 아는 지인 한 분은 암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화학 성분이 없는 자연 식품으로 고치겠다"며 각종 영양제를 몽땅 쏟아부었습니다. 결국 그분은 돌아가셨습니다. 그 일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프면 약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것, 그 당연한 사실을 영양제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가로막는 현실이 정말 무섭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은 세 가지 모두 초기에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는 만성질환입니다. 여기서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로, 심뇌혈관 질환의 핵심 위험인자입니다. 문제는 증상이 없으니 처방약(스타틴 등)을 꺼리고, 대신 "천연 성분 콜레스테롤 개선제"를 찾아 먹는다는 점입니다. 스타틴(Statin)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처방 의약품으로, 심혈관 사건 감소에 대한 대규모 임상 근거가 탄탄하게 쌓여 있습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반면 건강기능식품이 LDL 수치를 약간 낮췄다 해도, 그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위험을 실제로 줄인다는 근거는 전무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제약 회사 고바야시의 홍국(紅麴) 함유 건강기능식품이 오염돼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홍국이란 붉은 누룩곰팡이를 이용해 발효시킨 물질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품질 관리 기준이 의약품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이 사건이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제가 직접 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알지만, 건강기능식품의 제조·유통 기준은 처방약과 비교하면 훨씬 느슨합니다.

당뇨병 환자분들도 비슷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처방약을 거부하고 혈당 개선에 좋다는 보조식품만 드시다가 고혈당 혼수로 응급실에 오시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건강은 편리한 방법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잘 먹고, 많이 움직여 소화시키고, 적절히 운동하고, 잘 자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영양제는 그 빈틈을 메우는 보조 수단이지 대체제가 될 수 없습니다.

비타민D는 조금 다릅니다. 실내 생활이 많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현대인, 특히 북반구에 사는 한국인은 비타민D가 실제로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타민D는 피부의 콜레스테롤이 자외선 UVB를 받아 합성되는 성분으로, 뼈 형성과 면역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비타민D 보충제는 용량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내 혈중 농도를 먼저 확인하지 않고 고용량을 임의로 복용하면 오히려 과잉 독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먹기 전에 혈액 검사로 결핍 여부를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요약: 영양제는 결핍이 확인된 사람에게 보조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처방약을 대신하거나 병을 고치는 수단으로 맹신하면 오히려 건강을 망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루테인 먹으면 눈 건강에 진짜 도움이 되나요?

A. 황반 변성이 이미 진단된 분이라면 병원 처방 하에 섭취하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 시력인 상태에서 노안 예방이나 시력 개선을 기대하고 먹는다면, 루테인의 작용 부위 자체가 수정체나 조절 근육과 무관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효과는 없습니다. 먹고 싶다면 안과 진료 후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Q. 밀크시슬 먹으면 술 마셔도 간이 괜찮나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음주자의 간 보호에 밀크시슬이 실질적 유익을 준다는 임상 근거가 매우 부족합니다. 오히려 "밀크시슬 먹었으니 오늘은 좀 마셔도 되겠지"라는 도덕적 허가 효과로 음주량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간을 지키려면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Q.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데 스타틴 대신 영양제로 관리해도 되나요?

A. 위험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이 LDL 수치를 소폭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실제로 낮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스타틴은 대규모 임상으로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입증된 처방약입니다.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비타민D는 그냥 먹어도 되는 건가요?

A. 실내 생활이 많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사용하는 분이라면 실제로 결핍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시중 제품의 용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혈액 검사로 혈중 비타민D 농도를 먼저 확인한 뒤 적절한 용량을 섭취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미 충분한 농도를 가진 분이 고용량을 복용하면 과잉 독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건강한 성인은 영양제를 아예 안 먹어도 되나요?

A.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특정 영양소가 결핍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국가 식생활 조사 결과를 봐도 건강하게 잘 먹는 성인에게 따로 영양제를 챙겨야 할 만큼의 영양소 결핍이 만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다이어트 중이거나 노년기에 접어들어 식사량이 줄었거나 수술 후 흡수 장애가 있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그럴 때는 의사와 상담 후 필요한 성분만 정확히 챙기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

저도 한때 영양제를 종류별로 한 줌씩 털어 넣으며 건강을 지킨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과 돈이 아깝기도 하고, 제 간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었지만, 아는 지인은 그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제게는 어떤 논문보다 확실한 교훈이 됐습니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합니다. 영양제는 결핍이 확인됐을 때, 필요한 성분만, 적절한 용량으로 먹는 것이 맞습니다. 건강은 잘 먹고, 충분히 움직이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생활 습관에서 옵니다. 좋은 영양소도 몸에 흡수되지 않고 쌓이면 염증이 되고, 그 염증이 독이 됩니다. 편리한 방법으로 건강을 얻으려는 생각 자체를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제를 지금 한 줌씩 먹고 계신다면, 오늘 그 종류와 이유를 한 번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KBS 추적60분 — 6조 원 영양제 시장의 실체

영양제 맹신의 위험(과학적 근거, 도덕적허가효과,올바른복용법)